안녕하세요 리 신 입니다.
오늘은 항공정비사 취업까지의 과정과 그때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항공정비과 재학부터 항공사 취업 퇴사까지의 과정을 현실적으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목차
1.입학
2.졸업
3.취업 퇴사
입학
고3 수시원서 접수 기간이었다. 전공과 학교를 선택해 원서를 넣으라는데 '아침부터 23시까지 공부만 하는데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 이것이 당시 나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생활기록부에도 장래희망 '없음'으로 대학 입시를 했다. 어쨌든 전기전자, 화학, 기계학과를 성적에 맞춰 몇 개 쓰고 마지막 하나가 남아 옆에 친구에게 물어봤다. "야 원서 마지막 뭐 쓸까?" 물으니 항공정비사 하라고 한다. 유망직종이라나 뭐라나. 항공정비과 학교도 추천해 주더라. 그래서 친구 말 따라 대학과 전공을 정해 지원했고 그 학교만 붙었다. 생각지도 못한 학교와 항공정비전공을 하게 되었고, 비행기 고친다는 게 그때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항공정비학과에는 항공정비사를 하고 싶어서 온 친구들, 항공에 관심 있어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 친구들이 항공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면, 관심도 없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남들에 비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여유로웠다. 그 당시엔 항공정비사와 항공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아직 졸업이 많이 남았기도 했고. 그냥 그때는 삶을 대하는 내 태도가 그랬다. 내가 항공 관련 지식과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은 놓지 않았다. 그냥 과제 성실히 하고 강의 잘 듣는정도. 이게 나의 마지노선이었다. 성적마저 없는 사람이 되긴 싫었다. 학점 4.2점이었나? 그 정도 학점으로 1학년을 마무리했다. 장학금도 받고 성실한 생활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게 빠져있었다. 주체적으로 살지 않았던 것이다. 1년간 모든 크고 작은 선택들에는 나의 고민, 판단, 실행의 과정이 없었다. 그냥 친구가 하니까, 성적은 떨어지면 안 되니까, 친구가 이 수업 들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행동했다. 그럴 때마다 이래도 되나? 하는 이질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잠깐이었고 깊게 성찰하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확연하게 느껴진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구나.
졸업
그렇게 1년을 보내고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했다. 이때부터는 성적도 전 같지 않았다. 나태했던 시기였다. 자격증과 영어공부는 그렇다 쳐도 내 미래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3.9점 정도의 학점을 유지하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중간에 부전공도 하고 한국사 1급도 취득하긴 했지만 열심히 살았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은 내가 고민하고 계획해서 일상을 알차게 보내고 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학기 중에는 강의가 끝나면 유튜브,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방학 때는 한국사 공부 2시간을 뺀 나머지는 그냥 먹고 놀았다. 그렇게 3학년까지 마치고 4학년이 되면서 항공정비사 면장과 토익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노는 시간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놀았다. 그때는 공부를 숙제 같은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졸업할 때쯤에 내가 갖고 있던 것은 토익 840점, 항공정비사 면장, 학점 4점, 한국사 1급이었다. 아르바이트나 대외활동 경험 전무했고 항공사에 지원할 수 있는 형식상의 자격만 갖추고 있었다. 그때 친구들을 보면 면장이 없거나 토익점수가 부족한 친구들도 꽤 있었다.
그때 느꼈다. 열심히 살았다고는 전혀 생각 안 하지만, 어쨌든 꾸역꾸역 시작이라도 했던 것은 참 잘했구나. 친구들이 면장 준비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시작했고, 토익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토익을 시작했다. 졸업 전까지 이런 식으로 살았지만 어쨌든 하나씩 시작했었고, 마침 항공사 채용 시기에 맞춰 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 처음 정장도 사 입어보고, 면접준비도 처음 해보고. 하루는 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밤에 학교에 도착해 새벽에 벼락치기 공부 후에 1시간 자고 시험을 본 적도 있다. 여러 가지의 '처음'을 겪는 시기여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꽤 재미있었다. 이후 운 좋게도 어느 항공사에 최종 합격 하게 되었고, 순식간에 입사를 앞두게 되었다. 졸업식도 하기 전이었다. 자격증은 따야 되니 어찌어찌 공부는 했고, 마침 공고가 나왔으니 원서를 넣었고, 원서를 넣었으니 어찌어찌 준비해서 면접을 봤는데 합격했다. 정신없이 진행됐고 정신 차려보니 입사자 교육을 위해 서울에 방을 잡고 있었다.
취업과 퇴사
사실 내가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라는 건 없었다. 딱히 고민을 한 적이 없으므로 어떤 항공사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냥 공고가 나와서 원서를 넣었고 면접을 봤고 붙은 것일 뿐. 운 좋게도 수월하게 취업에 성공해서 회사를 대충 다녔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록 재직기간이 길지는 않더라도 열심히 일했다.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했다. 동료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하지만 결국 퇴사했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은 탓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나랑 안 맞는 일이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도 100% 확언할 수 없다. 퇴사를 하게 된 이유는 매우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왜냐고? 앞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일 하는데 쓸 텐데, 나는 직업을 정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이 강도가 높고 고된 일인 것도 한 몫한다. 힘든 일을 몇 년이고 버티면서 해내려면 그만한 동기가 있거나, 꿈이 있거나, 고민을 많이 했었어야 하지만 난 어느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버티기 힘들었고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 이후의 계획은 없었다. 앞으로는 나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계획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만 있었다. 항공정비를 전공한 내가 항공정비사를 안 하겠다는 결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꽤 많이 고민했고 그 결정은 아직까지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은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정비사 일은 힘들고 나에게 안 맞는다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할 직업을 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퇴사 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자신이 있었고, 열심히 살 각오가 있었다.
퇴사 후 책부터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인터넷의 카더라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책만 읽었다. 자기 계발서, 경제, 비즈니스, 자서전등 다양하게 읽었다.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정하기 위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이 전까지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으므로 뭔가를 아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라 생각했다. 물론 책 몇 권 읽는다고 세상을 알게 되진 않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은 정보라도 알게 되고 나 스스로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한두 달 정도 지났을까? 우연히 시간이 여유로운 일자리를 집 근처에 얻게 되었고, 업무가 없을 때에 사무실에서 블로그를 작성하면 어떨까 싶었다. 항공사를 퇴사하고 그 공백기간 동안의 자취를 남김과 동시에 글 쓰는 능력향상과 더불어 광고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마음먹은 이후부터 블로그 관련 글이나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또한 퇴근 후에는 기사 자격증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녁 먹고 씻으면 8시부터 공부할 시간이 있었고 자기 전까지 한다면 하루에 4시간 이상 공부할 시간이 있었다. 물론 4시간 동안 100% 집중할 자신은 없었지만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일+블로그+자격증공부+독서를 1년간 실행해 볼 예정이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항공사 퇴사 후 2달가량의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위의 예시 외에도 가계부를 만들어 관리하고 나의 재산을 나눠 예금과 적금을 가입하는 과정에서 돈에 대한 개념도 새롭게 바뀌었다. 내 소비를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아낄지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를 보내면서 뿌듯하고 대견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게 보내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충분히 많이 놀아봤기 때문에 놀이에 대한 욕심도 크게 없다. 원래도 혼자 잘 지냈기 때문에 외로움도 크게 없다.
요즘 나의 삶이 굉장히 잘 맞고 마음에 든다. 내가 하는 것이 절대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는 큰 변화이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되고 설레기까지 한다. 27살이 되어서야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으며 퇴사가 가져다준 선물이자 기회로 여기고 있다. 기회는 생겼고 지금은 의지까지 있으며 조금씩 실천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항공사 퇴사를 걱정하고 의아해했던 지인들에게 퇴사의 이유를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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