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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ation story

항공정비사 매뉴얼 AMM IPC FIM

by 리 신 2024. 2. 21.

항공정비사를 꿈꾸던 당시, 매뉴얼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항공정비사는 매뉴얼(MANUAL)을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참고한다는 것인가? 이를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우선 항공정비사가 매일보는 항공기 매뉴얼이란 무엇인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항공사는 해외의 항공기 제작사 (보잉,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빌리거나 구입해 운항에 투입한다.
따라서 모든 매뉴얼은 항공기 제작사에서 만들어 항공사가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한다. 제작사는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고 최신화시켜 관리한다. 그리고 고객사(항공사)로 특정 코드를 배포하여 매뉴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매뉴얼에는 해당 항공기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들, 모든 계통에 대한 이론적 설명부터 각 계통내 부품의 점검방법, 교환방법은 물론 각 계통끼리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느 부분이 어떤 와이어를 통해 어느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지, 부품의 명칭과 파트넘버, 장착 위치 정보 등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매뉴얼의 목적은 위의 정보를 담는것 자체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에 접근해 실제로 정비행위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정비사들이 원활하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분류해서 특정 규칙에 따라 정리해 놓았다.
실제 현장의 예를 통해 결함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조치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상황 예시: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하여 승객이 내리고 정비사는 다음 운항을 위해 PRPO 점검을 실시한다. 이때 조종석 계기를 점검하던 도중 기장 쪽 산소량이 기준치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위의 상황에서, 매뉴얼에는 산소량 기준치를 정해놓고 그 이하면 교체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운항승무원이 비행 전 출발점검마다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은 정비사들이 외우고 있다)
산소량이 부족하면 꽉 차있는 산소통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이때 매뉴얼을 참고한다. 관련 내용은 AMM(AIRCRAFT MAINTENANCE MANUAL)에 있으므로, AMM을 참고한다.
제작사에서는 ATA CHAPTER대로 분류하여 빠르게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1. CHAPTER를 참고하여 산소통 제거/설치 관련 부분을 찾아 들어간다.
2. AMM에 명시되어 있는 필요 공구와 산소 누출확인용 비눗물 등을 챙긴다.
3. IPC에 들어가 해당 산소통의 정확한 파트넘버를 찾아 준비한다.
4. AMM에 명시되어 있는 작업순서, 토크 값, 주의사항을 참고해 산소통을 교체한다
5. 작업 후 절차를 따라 누출체크, 계기 체크를 실시한다
대충 이런 절차이다. 자주 나오는 작업들은 따로 정리해 놓고,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절차가 간소화 되긴 하지만 매뉴얼의 절차를 생략하거나 빠뜨리고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위의 예시는 설명을 위해 간단한 상황을 가정하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정비사 매뉴얼을 검색해보니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것 같다.
항공정비사 매뉴얼 종류는 카페나 학교에서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AMM, IPC, FIM, SSM, SRM, WDM 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앞의 세가지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AMM

우선 가장 많이쓰이는 매뉴얼이며 파트 1, 파트 2로 나뉘어 있다. AMM 파트 1은 각 계통의 이론적인 설명이 되어있다. 즉 이 계통이 왜 있고, 어떤 원리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가장 많이 보는것은 파트 2로, 세부적인 작업 절차가 명시되어 있는 매뉴얼이다. 작업 시 필요한 장비, 공구, 케미컬(실란트 등)에 관한 정보와, 관련 매뉴얼이 우선 나오고 이후 작업절차와 주의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그림과 문장을 통해 중의적인 표현이나 애매한 표현이 없도록 명확하고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면 1.SAFETY WIRE를 제거해라 2.볼트와 너트를 풀어라(총 4개) 3.필터 커버를 제거해라 [ WARNING : 제거 시에 ~~~ 하여 인체에 손상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라] 4.필터 제거 후 상태 검사 및 새로운 패킹장착 및 특정 오일을 발라줘라 5.역순으로 장착해라 6.필터의 헤드에 200 토크를 가해라 7.SAFETY WIRE를 실시하고 10분 작동시켜 LEAK 확인해라.
위와 같은 순서로 절차를 설명한다.

 

IPC

IPC(ILLUSTRATED PART CATALOG)는 부품의 명칭과 정확한 일련번호, 장착 위치의 정보가 담겨있는 항공기 매뉴얼이다. 크고 작은 부품들이 수만 개가 들어있고 비슷하게 생겨도 규격과 쓰임이 다르기 때문에 부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 작업하기 위해 참고한다. 만약 타이어를 교체한다면,
1. AMM 32번 챕터(LANDING GEAR)에 들어가 타이어 제거/설치 부분을 찾는다.
2. 타이어의 정확한 부품번호(파트넘버)에 대한 정보가 있는 IPC번호가 명시되어 있다.
3. 해당 IPC 번호를 참고해 정확한 파트넘버를 찾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IPC를 보면 AMM상에 몇번 부품으로 표시되어있는지, 파트넘버는 무엇인지, AMM에서 어떤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지, 해당 ASSEMBLY에 몇 개나 들어가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그림을 통해 정확한 위치와 개수에 대한 정보를 나타낸다. 자세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교환해야 할 부품이 ATA 챕터 몇 번에 해당하는지 확인한다. > 해당 AMM를 참고하여 IPC의 어느 부분을 보아야 할지 판단한다. > IPC에 들어가 부품의 위치와 정확한 파트넘버, 개수를 파악한다 > 부품을 관리하는 부서에 신청하고 확인한 후 시스템상으로 처리한다( 재고관리용도) > 작업]
복잡한 과정이지만, 모든 부품에 대해 동일하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제작사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IPC를 통해 찾는 방법을 알고 연습하는 것이 먼저이다.
 

FIM

 결함 원인 파악이 끝난 후에는 작업절차와 파트넘버를 AMM, IPC를 통해 찾아 교체하면 된다.
하지만 어딘가 결함이 있는데, 그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정답은 고장탐구(TROUBLE SHOOTING)이다. 이때 참고하는 항공기 매뉴얼이 FIM, SSM, WDM 등이다. FIM(FAULT ISOLATION MANUAL)은 결함코드마다 관련된 원인을 명시해 놓은 매뉴얼이다. 즉, 컴퓨터에 결함코드가 나타나고, 그것을 FIM에서 찾으면 1. 유압 계통의 LEAK 문제 2. 에어컨 계통의 부품 DAMAGED 문제 3. 엔진오일 계통 필터 막힘 문제
 이런 식으로 문제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나열한다. 더 자세히 보면 [1. AMM 참고하여 LEAK 점검을 수행해라 2. 부품 떼어내서 DAMAGE 있는지 확인해라 3. 필터 제거해서 막혀있는지 확인해라] 이런 형식으로 원인들이 나열되어있다. 그럼 1번 절차 수행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2번 수행하는 식이다. 관련 시스템을 꿰뚫고 있다면, 나타나는 증상을 바탕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부분부터 점검한다.
즉 FIM에서 제시한 순서대로 하지 않고, 정비사의 판단으로 3번 먼저 점검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정비사 판단에 의해 절차를 1가지만 수행하여 해결한다면 지연될 뻔한 항공기도 제시간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고장탐구가 곧 항공정비사의 능력이다.
매뉴얼을 직접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사진 없이 글로만 설명한 글이 되었다.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려 노력했으나 정보 전달이 잘 됐을지 모르겠다. 이번 글의 목적은 구술평가나 면접 시에 "매뉴얼의 종류를 알고 있나? 각각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AMM은 정비 작업을 위한 매뉴얼입니다. IPC는 부품에 관한 정보를 담은 매뉴얼입니다 " 와 같이 안 하느니만 못한 대답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작성하였다. 면접관들도 자세하게 아는것을 기대하진 않지만, 조금 더 풍부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